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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화된 신(Anthropomorphism) 문종명(과학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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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바바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147.230), 작성일 18-01-04 22:22, 조회 3,80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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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만 년 동안 초인적 존재 동경한 인간
‘반(半)절대자+半인간’ 만들어


시카고大 연구진 ‘종교교리와 세뇌' 연구
맹수 동굴벽화·로봇 등도 ‘초인 동경’ 


 

 리처드 도킨스가 쓴 ‘만들어진 신God delusion’이 발간된 지 몇 년이 지났음에도 논란이 식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리학자들까지 종교를 반박하는 논술을 내놓고 있다. 지금도 종교는 스스로를 ‘신과 대화하는 성역’으로 자처하고 있기 때문에 교리에 맞지 않는다고 간주하면 어떤 학문도 배척해 오히려 더욱 고립되어 가는 실정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교리에 세뇌되어 순교자란 명목으로 ‘자살폭탄’을 자처해 결국 피를 뿌리고 만다. 자신이 믿는 종교는 그렇지 않다고 부정하겠지만 자신의 삶이 신의 주관에 의해 진행된다고 믿는 한 순교행위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어떻게 종교가 그런 성격을 갖게 됐는지 그리고 그런 비이성적인 세뇌가 이뤄지는지를 집중 연구한 미국 시카고대학의 존 카시오프(John T. Caciopp)와 니콜라스 에프리(Nicholas Epley) 심리학교수의 연구논문이 관심을 끌고 있다. 두 교수가 인류 진화과정과 인간의 두뇌를 집중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인간두뇌 자체가 그렇게 세뇌될 수 있게 문이 열려있다고 한다. 어떤 내용인가 검토해보자. 
 
 다른 짐승에 비해 불안전한 신체조건을 지니고 태어난 인간은 초기에는 맹수를 피해 나무위에 살았으나 체온을 보호해주던 털마저 사라지자 더 이상 나무에서 살 수 없었고 땅위에 양지바른 곳이나 따듯한 불을 선호하다보니 전화위복이랄까 모든 동물이 무서워하는 불을 사용할 줄 알게 된다. 불은 맹수의 접근을 막을 수 있었고 결국 맹수의 은신처인 동굴까지도 차지하게 되지만 그런 단계까지 오는데도 최소한 200만년의 세월이 걸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끔 운 좋게 맹수가 먹다 남은 뼈를 주어다 돌 손도끼로 뼈에 붙어있는 살코기를 긁어먹거나 뼈를 부셔 골을 빼먹으면서 늘 생각하는 게 하나 있었다. 즉 나도 저런 힘센 맹수처럼 뛰어다닐 수 있다면 맛있는 고기를 실컷 잡아먹을 수 있다는 동경심(憧憬心)이 머릿속에 각인되기 시작했을 것으로 심리학자들은 보고 있다. 따라서 3만년 된 동굴벽화에는 먹고 싶은 소 그림이나 힘센 맹수그림이 주류를 이루었고 독일지방에서 발견된 3만2천년된 상아조각은 사자머리를 한 인간 이었다. 이같이 인간은 수백만 년 동안 초인적인 존재를 동경해왔고 머릿속에 각인되어왔기 때문에 그러한 반수(半獸)인간은 이집트나 그리스의 고대인들이 만든 조각이나 그림에서까지 잘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인간은 철로 만든 무기와 문화가 형성되어 맹수를 제압하고 보니 수백만 년 동안 동경하던 대상은 사라지고 만다. 그렇지만 문제는 이미 수백만 년 동안 인간두뇌에 각인된 무엇인가 동경하는 습성은 지워지지 않았다. 그러한 습성은 결국 종교가 형성되면서 인간은 곧 반은 절대자고 반은 인간인 인격적인 신을 만들고 만다. MRI 두뇌검사 결과 신격화하는 생각은 아이들한테서도 같은 부분에서 반응이 나타난다고 한다. 예를 들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영화나 오락게임의 경우 한결 같이 초인적인 존재가 나타나 궁지에 몰린 자신과 같은 인간을 보호해주거나 구원해주는 이야기가 가장 많은데 여기서 초인적인 존재는 비록 무생명인 로봇이라 하더라도 반은 인간적으로 만들어졌다. 
 
 더 나아가 초능력을 가진 존재가 자기와 같은 생명과 생각을 한다고 보고 있다. 이는 마치 종교인이 자신의 생각은 항상 신의 생각과 일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후세계까지 보장받는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이 계속 반복되면 어느새 세뇌가 되는데 세뇌의 공통점은 자신은 인격화된 신과 생각이 일치해 자신의 생각이 곧 신의 뜻으로 믿고 있기 때문에 같은 교리를 믿는 신자들 사이에도 이질적일 수밖에 없어 늘 분란이 이어진다. 더 나아가 타종교와는 화합이 불가능해져 역사적으로 늘 종교전쟁을 유발하기도 했다. 
 
 또한 아이들이 더 큰 로봇을 선호하듯 교회나 사찰, 사원이 대형화할수록 신과 일치감을 더 느낀다고 한다. 이러한 본질을 갖고 태어난 종교가 다행히 자비나 사랑 같은 선행을 수행해 큰 문제가 되지 않으나 종교가 차별이나 억압을 받을 때는 자살테러처럼 잔인해지고 만다고 한다. 
 
 이상 심리학자들이 분석해본 종교의 본질을 대충 간추려 보았는데 심리학이란 인간정신을 파악해보려는 과학이다. 따라서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분석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과장된 이론을 전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인격화된 신의 논리가 그들이 전개한 학설에만 있을까?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고 본다. 그 외에 다른 큰 이유가 또 있다.



인격화된 신(Anthropomorpism) (하)
기(氣)현상은 과연 비과학적인가?


자연을 연구할수록 실존가능성 높아져

 

 고대동양인 역시 인격화된 신을 믿는 습성은 마찬가지였지만 그 과정은 서양과 차이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 우선 고대동양인이 그렸던 반인반수(半人半獸) 그림이나 조각들은 고대서양에서 초인간을 염원하며 만들었던 것들과 내용이 다르다. 반인반수 그림은 매해 띠를 상징하는 십이지신상(十二支神像)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12가지 동물 중에 3분의 2가 쥐, 닭, 뱀과 같이 하찮은 동물이었다. 이는 고대동양에서 초인적인 동물보다는 산신령이나 칠성신 같은 자연물을 신격화하고 믿어왔기 때문인데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즉 고대동양인은 생명을 포함한 우주만물이 보이지 않는 어떤 힘에 의해 관리된다고 믿었고, 실제로 신비스러운 힘을 체험하기도 했는바 이를 기(氣)라 불렀다. 
 
 고대동양에서 말하는 천기(天氣)나 지기(地氣)라는 말은 자연이 기(氣)를 가진 인격화된 신을 의미한다. 이런 바탕에서 기를 학문으로 체계화해 자연법칙을 파악해보려고 시도한 이론이 주역(周易)이다. 하지만 현대과학도 접근하지 못한 기(氣)를 당시에 규명하기는 무리였고 결국 주역은 점이나 사주를 보는 역술이론으로 전락했다. 하지만 기(氣)의 신비성을 저버릴 수 없어 일부 학자들은 연구를 계속해 17세기에 기(氣)를 주제로 하는 성리학(性理學)과 주자학(朱子學)까지 이끌어냈으나 이런 학문들 역시 서구문화에 밀려나고 말았다. 
 
 이같이 못 다한 학문이지만 이들이 말하는 기(氣)가 무엇인지 잠깐 음미해보자. 오감(五感)으로 느끼는 정보나 자연의 운동을 주자학에서는 이(理)라 하고, 자연이 갖고 있는 신비의 힘을 기(氣)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기(氣)가 없으면 이(理)도 존재할 수 없다는 이기일원론(理氣一元論)과 둘은 별도라는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의 학설로 대립되기도 했다. 일례를 들면 주자학에 

  “이(理)가 발하면 기(氣)가 이(理)를 따르고, 기(氣)가 발하면 이(理)가 기(氣)를 따른다”는 말이 있다. 이는 인체의 피 같은 물질은 이(理)고, 이를 움직이게 하는 힘은 기(氣)로 피의 순환에 신비한 기(氣)가 따라다녀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는 논리인데 이 현상을 하나로 보느냐 아니면 분리하느냐 하는 논쟁이었다.
 
 여하튼 근세에 서양문화와 종교가 전래되기 전까지 기(氣)는 하나의 학문이었고 서민적인 종교였다고 말할 수 있다. 서구 역시 고대에 신비스러운 기현상이 있었음이 기록돼있지만 중동에서 들어간 종교에 의해 흡수되거나 종교교리와 일치하지 않으면 ‘악령’으로 간주돼 철저히 배척된바 동양같이 기(氣)라는 학문은 없었다. 이는 종교가 형성되기 오래전부터 인간은 이미 기(氣)를 느끼고 살아왔으며 이에 따라 심리학자들이 주장한 인격화된 신이 생긴 동기 중에 기(氣) 같은 신비성이 있음을 추가해야 될 것 같다. 결국 언젠가는 인간이 인격화된 신의 허구를 깨닫게 되겠지만 그래도 기(氣)의 신비성은 변함없이 나타날 것이다.
 
 그러면 현대과학은 기(氣)현상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물론 지금까지 과학이 기(氣)를 주제로 직접 연구해본 적은 없다. 정확히 말해 안하는 것이 아니라 차원이 달라 못하고 있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하지만 과학이 자연을 더 깊이 연구할수록 기(氣)현상이 더욱 진하게 도출되고 있다. 예를 하나 든다면 태양에너지는 빛이란 파장에 의해 전달되듯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파장은 에너지를 지니고 있다. 또한 우주공간에 가장 많이 날아다니는 파장이 있는데 이를 우주선(Cosmos Ray)이라 하며, 우주선을 이끌고 달리는 입자가 중성미자(中性微子; Neutrino)다.
 
 중성미자는 아주 작지만 종이 한 장 지날 때 무려 100억 번의 파장을 치며 태양이나 지구를 거침없이 빛의 속도로 통과하는 아주 신비한 파장이다. 21세기 전까지만 해도 중성미자가 지닌 에너지양을 산출하지 못했지만 분석기의 발달로 2005년 중성미자 하나가 지닌 에너지양 산출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2007년 과학으로는 더 이상 연구할 수 없는 신비한 사실이 드러났다. 즉 하버드대학의 양자물리학 박사 하워드 조자이Howard Georgi 팀이 중성미자 에너지를 연구하다가 중성미자에 알 수 없는 잉여에너지가 따라다니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즉 파장 외에 에너지라는, 과학적으론 있을 수 없는 현상이었다. 물론 반복해 실험을 거듭했는데 잉여에너지가 존재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었다. 따라서 우선 불입자(不粒子: Unparticle)란 학명을 부쳤지만 더 이상 과학으로 연구할 수 없는 존재라 지금까지도 오리무중이다. 그러니까 불입자 에너지는 하늘과 땅 속에도, 물속에도, 그리고 나 안에도 존재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에너지의 정체는 무엇일까? 고대동양에서 믿던 기(氣)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현재로는 기(氣)일 가능성이 가장 많다. 이런 신비한 존재가 있는 한 인간은 종교 없이도 경이로움을 느끼고 영(靈)적인 체험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문종명(과학수필가.토론토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