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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두칠성(北斗七星)- 무궁화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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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北斗七星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132.241), 작성일 05-02-14 01:18, 조회 5,39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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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무궁화(p277)



무궁화

무궁화

사랑의 꽃

이 땅 위에 피었네

순결한 그 모습

언제 보아도 아름답기

그지없도다.

아-

생명의 꽃이여

이제 그 모습을 드러내놓게 되었으니

그대 기뻐하라.




그 옛날 한인들 사회에서 한인들과 함께 피었던 순결한 무궁화는 우리들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너무나 순결하고 아름답기에 무궁화는 수많은 꽃으로부터 시기와 학대 속에서 살아왔다.

한인들이 번성할 때에 무궁화는 온 대지 위에서 한인의 모습처럼 피었었고, 한인들이 잃어갈 때 무궁화는 시련을 겪어야 했다. 순결하고 우아한 모습을 시기한 여러 민족의 꽃들에 의해 뽑히고 짓밟히고 꺾여 버려져도 우리의 무궁화는 결코 시기한 적이 없다.


아- 아- 꽃 중의 꽃 무궁화여!



이제, 이제 더 이상 꺾일 수 없고 짓밟힐 수 없으며 뽑힐 수 없나니, 무궁화여! 그 옛날 한인들의 사회 때처럼 다시 한번 우아한 모습을 드러내도다.


무(無)는 없음의 뜻이니 본래 인간이 가야 할 무념무상(無念無想)의 경지를 나타낸 것이다. 이보다 더 보배로운 꽃은 이 세상에 없으며 한인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꽃도 없으리라.

무궁화, 무궁화, 한인들의 꽃, 백두산 위에 피어올라 다시 한번 한인들과 함께 진리의 춤을 추리라.


무궁화, 무궁화, 다섯 잎의 보라색 꽃, 그대는 이 깊은 의미를 아는가? 먼먼 저 북두칠성에서부터 지구성에까지 옮겨와야 했던 순결한 꽃, 다시 피어오르는 때에 이르렀도다.



그대 어린이의 마음으로 이 순결한 꽃을 바라보며 지난 세월 한인의 기억을 더듬어보지 않겠는가? 그리고 순결한 여인의 마음으로 무궁화의 향기를 맡아보지 않겠는가? 얼마나 아름다운 꽃인지!


잊혀진 그대의 기억을 깨우기 위하여 무궁화의 사연을 전하게 되니 잠시 듣기 바라노라. 옛 한인사회에서는 상식의 이야기지만 이 순간 속에는 상식을 뛰어넘는 이야기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한인이라면 무궁화의 사연을 가슴에 새겨두고 미래를 연출해 감이 어떠한가?


아득한 과거의 세월, 저 하늘에 국자모양을 한 북두칠성의 세 번째 별에서의 일이다. 제3성에서는 매우 행복한 나날이 이어졌다. 이곳의 삶의 제도는 지구성의 헌법과는 거리가 먼 제도였고, 무엇이든 스스로가 해결해 나가는 매우 자유스러운 삶의 법칙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어느 누구도 상대방을 정신적·육체적으로 구속하는 일이 없다.



삶의 분위기가 지구인으로서 생각하기에는 이해의 차원을 넘어서 있다. 처음부터 나중까지, 시작부터 끝까지 오직 자유만이 존재한다. 북두칠성 계열에서의 모든 사회가 자유 속에서 살아가지만 조금씩 그 색깔을 달리하는데, 이는 지구성 각 나라의 헌법이 조금씩 틀리듯 일곱 계열의 사회에서도 서로 간에 특색이 있는 것이다.


제3성의 자유스런 삶의 제도를 이름하여 '카리마바스'라고 부른다. 카리마바스란 지구성의 언어를 빌리자면 두 가지로 번역된다. 그 첫째는 '혼돈'을 나타낼 수도 있고, 또 하나는 '흐름'을 말하는 것이다. 제3성은 모두 9개의 사회로 나누어진다. 9개의 사회는 이해의 차원을 넘어선 사회이며, 매우 진보한 정신문명의 사회가 연출되는 곳이다. 9개의 사회는 또 다른 9행성으로 나누어지게 되니, 그들의 사회는 오묘한 곳이며 '한'인들이 머물고 있는 곳이다.



제3성의 9개 사회중에서 제7사회, 그곳을 이름하여 '화그 하나 활'이라고 하였다. 화그화나 활이란 지구성의 언어로 '무궁'의 뜻이다. 무궁사회에서 무궁화가 지구상으로 오기까지는 매우 깊은 사연이 있다. 그 사연은 오랫동안 북두칠성의 제3성은 물론 7성 모두가 슬퍼해야 했던 일이었다. 제7사회가 무궁이란 이름을 갖게 된 것도 슬픈 사연의 역사 뒤에 붙여지게 된 것이다.


제 7사회는 다섯 번째 행성. 어느 날 '야나'공주는 몹시도 허전한 심정으로 빛의 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바로 며칠 전 저 아름다운 보라색 하늘 아래서 사랑의 좌절을 맛보아야만 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모든 것을 버리고 헌신적 사랑을 해왔건만 사랑하던 그는 공주 곁을 떠나갔다. 영영 가버리고 없다. 완전히 실상의 세계로 들어가버린 것이다. 다시는 물질세계에 나타나지 않겠다고 말하고는 사라져버렸다. 아니, 그는 자재신이 된 것이다. 자재신이 된 순간 육체마저도 사라져버린 것이다.



아- 보고픈 나의 님! 그리고 안겨보고 싶은 사랑하는 이여! 수없이 불러보아도 대답없는 이여! 나의 님이여! 그 이름은 '낵스'였다.

야나 공주는 며칠 동안 반미치광이 상태에서 몸부림을 치며 괴로워하였다. 어찌하여 그는 그렇게도 나의 사랑을 몰라준단 말인가? 너무나 야속하였다. 비록 자취없이 사라져버렸고 영영 나타나지 않을 것을 말하였다 하여도 야나 공주의 낵스에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었다. 허전한 심정으로 빛의 거리를 거닐면서 야나 공주는 간혹 떠난 님의 얼굴을 떠올리며 가슴 저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그리운 감정과 보고픈 마음이 어우러져 울먹거렸다. 은백색과 푸른색·자주색이 조화를 이루어 비추어지는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운 빛의 거리를 거닐고 있어도 조금도 마음의 위로가 되질 않았다. 자신의 시야에 보이는 것, 그리고 들리는 것, 만져지는 것 모두가 쓸쓸하고 허무하였다. 사랑의 기운이 감싸인 화려한 궁전에 있어도 마찬가지였다. 즐거움도, 행복도, 사랑도 공주에게 있어서는 이제 한낱 꿈이었다. 낵스가 사라져버리자 공주의 시각마저도 이렇게 변해 버린 것이다.



공주가 낵스를 사랑하게 된 것은 어린 시절부터였다. 푸레데아드국으로부터 특사로 파견된 낵스는 어느 누구보다도 심오한 정신세계에 있는 존재였다. 그는 모종의 사명을 갖고서 제3성에 들어와 제7사회 5행성에서 자신의 사명을 다했다. 그 과정에서 공주와 만난 것이고, 공주의 사랑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낵스도 공주의 간절한 사랑을 모를리 없었다. 그러나 이제 낵스는 가야 할 존재였다. 어느 누구도 도도히 흐르는 저 거대한 강물을 막을 수 없듯, 낵스라는 존재는 어느덧 강물 그 자체가 되어 바다를 향해 가야만 했다. 바다를 향하여 흘러가는 강물이 된 낵스를 공주는 사랑으로써 막으려 했던 것이다.


낵스는 바다에 이르러 실상 그 자체가 되었고, 야나 공주의 사랑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이치를 공주도 알고는 있었다. 낵스가 자재신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야나 공주와 낵스가 둘이 아닌 하나가 되었다는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물질체의 모습을 하고 자신과 함께 사랑을 나누는 것과 같을 수는 없었다.


공주는 낵스만을 생각하며 몇 날 며칠을 빛의 거리를 하염없이 걸었다. 머릿속에는 낵스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찬 채 보라색 하늘을 주시하며 무작정 걷고 있다. 바로 이 빛의 거리를 지나면 꽃의 거리가 시작된다. 끝없는 꽃의 거리 중간에는 거대한 모습의 무궁화가 존재하는 것이다.

공주는 어느덧 꽃의 거리를 거닌다. 중앙에 있는 거대한 무궁화를 향하여 다가가고 있다. 무궁사회에서는 이 꽃을 '사랑의 꽃'이라 불렀다. 사랑의 꽃은 말을 한다. 인간이 사랑으로 인하여 상처를 받았을 때 어느 누구든 이 꽃 앞에서 하소연을 한다. 사랑의 꽃은 사랑의 사연을 듣고 언제나 사랑을 이루어주며 위로해 준다. 사랑의 꽃은 그래서 인간처럼 말을 하며 미소를 짓는다. 무궁화는 분명 사랑의 꽃이었다. 북두칠성인과 역사를 함께한 사랑의 존재였고, 보배롭고 매우 진화한 영혼이었다.



야나 공주는 사랑의 아픔을 달래기 위하여 무궁화 앞으로 다가섰다. 활짝 핀 무궁화는 한 잎의 크기가 야나 공주의 키 보다도 훨씬 컸다. 무궁화는 모두 여섯 잎이었다. 큰 부채꼴의 여섯 잎은 야나 공주가 앞에 오자 오므렸다 폈다 하면서 고운 음성으로 말한다.

"야나 공주님! 당신의 얼굴을 보니 말할 수 없는 괴로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괴로워하십니까? 말씀해 보십시오."

야나 공주는 무궁화가 하는 말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슬피울며 무궁화 꽃잎으로 얼굴을 감싼다.


"흐……… 흐……… 흑……… 무궁화님! 무궁화님! 나의 이 슬픈 사연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무궁화는 야나 공주의 눈물에 곧 동화되어 버린다. 그 큰 잎사귀로 야나 공주의 몸을 들어 중앙에 올려놓는다. 꽃 가운데에 몸을 실은 야나 공주는 그간에 낵스와의 사랑 이야기를 한다. 만남과 헤어짐의 순간까지, 그리고 지금의 심정까지 무궁화에게 털어놓는다.

"무궁화님,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이렇게 되었으니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무궁화도 야나 공주의 슬픈 감정을 이해한 듯 큰 이파리 끝을 오므렸다 폈다 하였다.



"무궁화님! 저는 낵스를 사랑합니다. 그에 대한 사랑은 한결같으며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단 한순간만이라도 낵스에게서 사랑한다는 말을 듣는다면 나는 지금 당장 요절한다 하여도 여한이 없습니다. 으흐흑…… 흑! 무궁화님, 무궁화님! 나의 소원을 들어주소서!"

야나 공주의 사랑은 너무나 강렬하였다. 오직 사랑 그것밖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무궁화님! 그가 보고 싶습니다……."

무궁화는 야나 공주와 함께 울어버린다.


"야나 공주여! 슬퍼하지 말아요. 그는 어디로부터 오고 어디로 간 것이 아닙니다. 그는 지금 이 순간 우리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제 실상의 세계에 이른 존재이기에 누구보다도 우리의 마음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는 이제 자재신이 되어 있습니다. 나 무궁화와 야나 공주는 지금 이 순간 낵스의 품속에 있는 것입니다. 야나 공주여, 당신의 그 아름다운 사랑에 나 무궁화는 깊은 감명을 느끼며, 행복을 느낍니다…… 그러나 야나 공주여! 당신이 지금 사랑으로 인하여 슬프고 상처받는 그 마음을 완전히 이해하고 감싸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어찌하면 당신 마음의 상처를 함께 아파할 수 있고 어루만져줄 수 있겠습니까…… 야나 공주여, 당신의 마음은 지금 상처 속에 있을 것입니다.



당신의 심정을 이해하려면 나 역시도 상처 속에 있어야 할 것입니다. 공주여! 나의 팔 하나를 뽑아주시기 바랍니다. 팔이 여섯 개나 되어도 나 무궁화는 그 수많은 인간들의 소원을 다 들어주지 못하였습니다. 그 안타까운 마음이란 이루 헤아릴 길 없을 정도입니다…… 차라리 팔 하나를 잃어 그 슬픈 마음을 대신코자 합니다."

"안 됩니다, 무궁화님! 여섯 개의 팔 중에서 하나를 잃게되면 불완전한 꽃이 되며, 또한 무궁화께서 자연의 법칙을 위배하는 것이 됩니다. 그러지 마십시오. 저는 실연의 마음을 당신에게 위로받기 위하여 찾아온 것뿐입니다……."


"아닙니다. 공주님! 나 무궁화는 오래 전부터 느껴온 심정입니다. 수많은 우주의 별세계 존재들로부터 나는 많은 이야기를 들어왔습니다. 그들은 모두가 마음의 아픔을 가슴에 안고서 나 무궁화를 찾아옵니다. 그러나 그들 모두의 아픔을 어루만져주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그들 모두는 아픈 마음을 안고서 찾아오지만, 도움이 되어줄 수 없는 나 무궁화의 마음은 찢어질 듯한 슬픈 속에 있습니다. 그 모두의 아픔과 지금 공주님의 아픔을 대신코자 하오니 나의 팔 하나를 뽑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아니 됩니다. 그러시면 안 됩니다."

"공주여, 당신이 해주시지 않으면 제 스스로 하겠습니다."

그러고는 5개의 잎사귀로 한 잎을 감싼 채 뽑으려 한다.

"안 됩니다…… 정 그러시다면 하는 수 없군요…… 제가 뽑아드리겠습니다."

공주는 넝쿨을 잎사귀의 처음 시작되는 곳에 묶는다. 순간적으로 뽑아 고통을 덜어주자는 마음에서였다. 공주는 힘껏 뽑는다.

뚜뚝-


큰 무궁화 잎사귀가 뽑혀 땅에 떨어진다.

아- 아- 무궁화는 팔이 잘려나간 고통을 느끼며 몸부림을 친다. 거대한 무궁화꽃 전체가 신음을 자아내며 떨고 있다.

"고…… 맙습니다…… 야나 공주님…… 모든 이들의 아픔은 지금의 나 무궁화처럼 한쪽 팔이 잘려나간 것과 같은 고통일 것입니다. 그런데 나 무궁화는 지금껏 그들의 고통을 다알지 못하였고 감싸주질 못하였습니다…… 공주여! 기뻐하소서! 나의 잘려나간 팔 하나는 크나큰 효험이 있을 것입니다.

야나 공주 앞에는 곧 사랑하는 낵스가 나타날 것입니다……

공주여, 어서 궁전으로 가시기 바랍니다."

공주는 곧 낵스가 나타날 것이라는 무궁화의 말에 정신없이 궁전을 향하여 달려간다. 긴긴 꽃의 거리를 지나 다시 빛의 거리에 이르고, 또다시 궁전을 향해 달려간다.

그러나, 무궁화는 죽어가고 있다. 잘려나간 그 자리로 무궁화의 생명의 기운이 빠져가고 있는 것이다. 보라색 광채가 점점 사라지면서 생명의 진액이 땅 위에 떨어진다.


아- 팔이 잘려나간 그 고통을 감내하면서 무궁화는 수많은 존재들을 향하여 외쳐댄다.

"생명의 존재들이여! 모든 이들과 함께 아픔을 나누어 가지며 씻어주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합니다. 용서를 비나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무궁화의 생명은 점점 식어간다. 바로 그때 대지의 신이 무궁화 앞에 등장한다.

"무궁화여! 그대는 어찌하여 스스로 생명을 끊어버리는가? 모든 생명체는 각자 나름대로의 삶이 있는 것이며 운명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니라. 그대가 모든 이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어루만지며, 그들에게 깨우침을 주는 것은 우주적으로 보아도 매우 기쁜 일이니라. 그런데 왜 스스로 죽음을 택하였는가? 그대 무궁화는 제7사회에서 매우 보배로운 존재이며, 없어서는 아니 될 존재이다. 그대는 스스로 가혹한 죄업을 쌓은 결과가 되었다. 무궁화여…… 그대는 죽어서는 안 된다. 살아야만 한다."


그러고는 우주의 기운을 모아 죽어가는 무궁화에게 넣어준다. 흘러내리던 생명의 진액이 멎고 보라색의 광채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다. 잘려나간 한쪽 팔에서도 함께 빛이 발한다.



한편, 막 빛의 거리를 통과한 야나 공주 앞에 그렇게도 보고 싶고 그립던 낵스가 잠시 환영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아! 낵스여…… 오셨군요!"

야나 공주는 낵스를 본 순간 반가움과 감격으로 눈물을 흘린다. 눈물이 범벅된 얼굴로 낵스 앞에 다가서는 야나 공주,

"낵스여……."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 짓고 있는 야나 공주에게 낵스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야나 공주여! 그대의 그 아름다운 사랑은 너무나 강렬하여 진실이라는 바다와 합류하는 순간 다시금 뒤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당신의 그 불같은 사랑은 앞으로도 더욱더 승화되어 온 우주를 감싸고도 남을 것입니다.

그러나 공주여! 이미 낵스는 사라지고 없습니다. 흔적조차도 찾을 길 없는 이해의 저편으로 모두 녹아 없어져버렸습니다.



낵스라고 불리던 존재는 사라졌지만 낵스가 탄생하기 이전부터 있어왔던 실상의 존재는 이 순간 온 우주를 감싸고 있습니다. 낵스는 간 적도 온 적도 없는 바로 이 자리 이 순간에 머물고 있습니다. 공주는 이 도리를 아직 체험하지 못하였기에 그토록 낵스였던 흔적을 보고 싶은 것입니다. 공주여! 당신이 낵스를 사랑하는 것처럼 낵스도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공주여! 궁전으로 향해 가지 말고 다시 꽃의 거리로 가시기 바랍니다. 당신의 상처를 씻지 못한 채 스스로 팔을 뽑아버린 무궁화가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야나 공주는 낵스의 모습만 주시할 뿐 아무런 대답도 없다. 그저 바라볼 뿐이다.

'낵스여! 사랑합니다.'

마음속으로 이렇게 외쳐댈 뿐 모든 생각이 사라진다. 다시 뒤를 돌아 꽃의 거리로 가는 공주에게 낵스는,

"공주여! 나 낵스는 공주를 영원히…… 사랑합니다. 마음의 문을 열어 진실의 세계를 바라본다면 그곳에 낵스가 있을 것입니다…… 공주여, 당신이 우주의 어느 곳이건 어느 때이건 간에 진실의 세계에 이르는 길목에 들어섰을 때에 나 낵스는 반드시 나타날 것입니다. 이 말을 잊지 말고 가슴에 새겨두시기 바랍니다."

야나 공주는 또다시 꽃의 거리로 달려간다. 야나 공주가 무궁화 앞에 이르렀을 때에는 죽음 직전까지 이르렀던 무궁화가 대지의 신에 의애 완전히 소생되어 있었다.


공주는 놀란다.

"당신은 대지의 신이 아니옵니까? 어찌하여 꽃의 거리에 나타나셨습니까?"

"공주여! 나, 대지의 신은 북두칠성의 여러 존재 의식의 뜻으로서 공주를 지구성으로 보내게 되었습니다. 공주님! 무궁화는 꽃 중의 꽃입니다. 지극히 보배로운 꽃이며 제7사회의 꽃의 거리를 조화시키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지금 무궁화는 팔 하나를 잃었습니다. 나, 대지의 신의 능력과 권한으로는 잘려나간 팔을 소생할 길이 없습니다. 이것은 자재신만이 하실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지구성에서 세포로 이루어진 육체인간의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지구성에 들어가 모든 것을 망각한 채 수행에 들어가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자재신이 되어 돌아오시기 바랍니다. 잘려나간 무궁화의 팔은 나 대지의 신이 갖고 있겠습니다."


이로부터 무궁화는 다섯 잎이 되었다. 지혜로웠던 마음도 잠이 들고 말도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움직임도 사라져버린 채 거대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변하여 형태만이 남은 왜소한 모습이 되어버린다.


대지의 신은 무궁화를 뿌리째 뽑아 공주에게 건네준다.

"공주여! 앞으로 당신이 지구성에서 성불하기까지 무궁화는 당신과 함께 있을 것입니다. 말없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을 것입니다. 이곳 제7사회에서는 거대한 모습으로 하늘을 우러르고 있었지만, 지구성에서는 이제 인간의 얼굴을 바라보는 꽃이 될 것입니다."

대지의 신은 이 말을 남기고 무궁화의 한쪽 팔을 들고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야나 공주는 보라색 꽃 한 송이를 든 채 꽃의 거리를 빠져나온다.


그리고 얼마 후, 야나 공주는 제3성의 수행인들과 함께 거대한 UFO 모선에 승선을 한다. 짚숙한 의자에 앉아 작은 모습으로 변해 버린 무궁화를 바라보며 야나 공주는 이렇게 말한다.

"무궁화여! 낵스를 향한 나의 사랑이 허상을 쫓는 사랑이라면, 당신이 추구한 자비의 마음은 허상을 초월하는 사랑입니다. 당신의 팔 하나는 분명 나 야나 때문에 잃은 것입니다.



지구성에서 반드시 성불하여 당신을 완전한 꽃으로 만들겠습니다……."

무궁화는 말이 없다. 깊고 깊은 침묵의 흐름 속에서 긍정도 부정도 없다. 지구성에서의 무궁화는 의식이 정지된 부동의 마음을 이루고 있다. 북두칠성을 비롯해 어느 별자리에서 건 무궁화는 진귀한 존재이다. 꽃 중의 꽃이며 사랑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한인'의 꽃은 무궁화꽃이다.

우주의 인류가 수많은 별자리와 행성에서 지구성을 찾아올 때 그들도 나름대로의 꽃을 갖고 왔었다. 그러나 그 꽃들 모두가 사랑의 상징은 아니었다. 민족마다 대표하는 꽃은 지구성에 올 때 그들이 갖고 온 꽃이며, 그것은 말없는 '주시자'를 데리고 온 존재들이었다.

애초부터 꽃 중의 꽃 무궁화꽃은 시기의 대상 중에 첫째로 꼽히는 꽃일 수밖에 없없다. 우주에서 가장 보배로운 꽃 중의 하나였기에 수많은 꽃들로부터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었다. 거대하고 아름다우며 그 우아함과 사랑의 마음은 많은 꽃들에게 있어서 질투를 넘어선 미움의 대상으로까지 확대되었고, 그래서 무궁화는 쓸쓸한 삶의 나날을 보내야 했었다.


무궁화가 지구성에 온 또 다른 이유는, 자신이 많은 꽃들의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무궁화는 자신이 왜소한 모습으로 지구성에 온다면 그간에 자신을 미워하고 질투했던 꽃들이 무궁화에게 분명 행동으로써 박해를 할 것이고, 그 직접적인 박해를 받는 동안 꽃들의 무궁화에 대한 미움과 질투가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수천만 번을 꺾이면서라도 오해는 반드시 풀어야 할 것이다. 무궁화는 사랑의 꽃이기에 꺾여도 꺾여도 미소를 잃지 않는다.

무궁화를 오래, 아주 오래 전부터 시기와 질투, 그리고 미움과 증오를 느끼며 가장 벼르고 있던 꽃이 있었으니…… 그 꽃은 벚꽃이었다. 벚꽃은 몸부림을 쳐도 무궁화와 같이 될 수 없었기에 부러움을 느꼈고, 어느 날부터인가 그 부러움은 시기와 질투로 변했고 미움으로 자라났던 것이다. 그 미움의 감정은 급기야 지구성에서 '너 잘 만났다'는 식으로 갖은 박해를 다 가한다. 그래도 무궁화는 말이 없다. 벚꽃의 쓸데 없는 미움만 사라진다면 무궁화는 억천만 겁 뽑히고 꺾이고 짓밟힌다 하여도 미소를 잃지 않을 것이다.



무궁화에게 이제 더 이상의 시련은 없다. 옛 6만 년 이전부터 대지 위를 수놓았던 아름다운 꽃은 그 동안 너무나 많은 박해를 받아왔다. 수많은 꽃들에 의해서 받아온 시련의 나날은 정말 눈물겨운 것이며 헤아릴 수 없는 꽃의 역사였다.

그러나 이제 무르익어가고 있다. 우주에서 있었던 업장이 녹아내려가며 시간이 흐를수록 가벼워진다.

야나 공주는 성장하여 여인의 몸으로서 어느 날엔가 실상의 세계에 이른 자재신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출처: 여인왕국/ 행림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