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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옮긴이 이름으로 검색 (210.♡.240.45), 작성일 03-02-05 18:52, 조회 7,71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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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어릴 때 한두 번씩은 재미있게 읽었을 ‘손오공’이야기-. 서유기는 단순히 중국 4대기서의 하나일 뿐만 아니라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읽히고 새롭게 해석되는 고전이다. 천변만화·기발하기 짝이 없는 서유기의 배경이야말로 IMF시대의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과 흡사하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약간 덜떨어진 ‘사오정 시리즈’가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을 듯싶다. 소설 서유기의 흥미진진한 재미를 살피면서 이 땅의 새로운 위기탈출 해법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로 새 연재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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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딴 세상, 딴 생각, 딴 소리로 특징지워지는 젊은이들의 이른바 ‘사오정 시리즈’의 주인공 ‘사오정’은 다름 아닌 소설 ‘서유기(西遊記)’에 등장하는 네번째 스타의 이름이다. 사오정의 성은 사(沙)씨이고 이름은 오정(悟淨)이다. ‘사’씨 성은 유사하(流沙河)라는 강이름에서 따온 것이고 ‘오정’이란 이름은 ‘깨닫는다’는 뜻의 오(悟)자와 ‘깨끗이 한다’는 뜻의 정(淨)자로 지은 것이다. 이런 이름은 단순한 것이 아님을 금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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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단 ‘사오정’ 뿐만 아니라 ‘서유기’에 주인공으로 나오는 ‘손오공(孫悟空)’이나 저팔계(猪八戒) 그리고 삼장(三藏)법사의 이름도 예사롭지가 않다. 그것들은 모두 불교적인 냄새를 풍기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서유기’가 일반적인 의미의 불교소설이라고 여겨서는 안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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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유기’는 ‘삼국지(三國志)’,‘수호전(水滸傳)’,‘금병매(金甁梅)’와 함께 중국의 4대기서(四大奇書)의 하나로 손꼽힌다. ‘서유기’는 위대한 공상가(空想家)의 기묘한 소설로 재미있기가 이를 데 없다고 정평이 나 있다. ‘4대기서’ 가운데 으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까닭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으로는 그 어느 소설과도 비교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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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유기’의 작품과 작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원(元)나라 때 구처기(邱處機)라는 사람이 지은 책에도 ‘서유기’라는 게 있다. 이 책은 성길사한(成吉思汗)의 서정(西征)에 참가해 서양의 물정을 조사한 보고서적인 작품으로 소설 ‘서유기’와는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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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로서의 ‘서유기’는 당(唐)나라 때의 승려(僧侶) 혜립(慧立)이 지은 ‘자은삼장법사전(慈恩三藏法師傳)’과 현장삼장(玄壯三藏)이 몸소 지은 ‘대당서유기(大唐西遊記)’를 재료로 삼아 명(明)나라 때의 소설가 오승은(吳承恩)이 문학적 윤색(潤色)을 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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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유기’는 내용에 있어서도 단순한 서역으로의 여행이나 그에 얽힌 모험담만을 다룬 그런 소설과는 차원을 달리 한다. 그것은 불교적인 교훈소설(敎訓小說)이라고 지칭되기도 하지만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밀교(密敎)적인 수도(修道)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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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교’란 불교의 최고의 경지를 깨우치는 비밀의 가르침을 뜻하는 것인데, 흔히 인도의 밀교 또는 티베트의 밀교로 대변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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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밀교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예부터 밀교가 있었고, 유불선(儒佛仙)을 아우르는 삼교귀일(三敎歸一)의 가르침도 밀교의 경지와 차원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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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교의 가르침이 소설 ‘서유기’에 담겨져 있다는 것. 다시 말해 소설의 형식을 빌려 밀교의 수행법과 계율을 담은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역대 왕조(王朝)의 탄압을 피하기 위한 방편이었던 것이다. 중국에서는 당나라 말기부터 청(淸)나라 말기까지 1천년 이상 밀교가 탄압받았다. 이것은 어쩌면 우리나라의 전통선교가 겪은 고난의 세월과 맞먹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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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진 탄압을 견디면서 교맥(敎脈)을 잇는 방법으로 소설 형식을 취한 것이 바로 ‘서유기’인 셈이다. 그러나 여태껏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비전(秘傳)으로서의 소설 ‘서유기’가 평가된 적이 없었고 그렇게 풀이된 일도 없었다. 다만 ‘서유기’는 황당무계하고 재미있는 소설로 읽혀졌을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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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바 ‘유모어 문학’,‘난넨스 문학’으로서 ‘서유기’는 동서고금을 통해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일컬어진다. 오늘날 젊은이들이 난센스 시리즈의 하나로 사오정 이야기를 들먹이는 것은 결코 우연한 일만은 아닌 듯 싶다. 확실히 ‘서유기’는 기발무쌍(奇拔無雙)한 이야기의 전개와 천변만화(千變万化)의 묘미로 재미의 극치를 이룸으로써 읽는 이로 하여금 경탄과 미소를 금할 수 없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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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유기’의 재미를 한껏 살리면서 소설속에 담겨진 비밀스런 밀교의 가르침과 수행방법까지 풀이함으로써 그 동안 베일 속에 가려져 온 그리고 기껏해야 우의(寓意)로만 풀이되는데 그쳤던 ‘서유기’의 진면모를 보여 주고 싶어 ‘비전 서유기’란 이름으로 ‘서유기’를 새롭게 풀이해 보고자 한다. 아울러 ‘서유기’가 지니는 이 땅의 현실적인 상황에 얽힌 부연(敷衍)을 엮어 봄으로써 현대적인 의미로서의 ‘서유기’의 부활(?)을 꾀해 보고자 한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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