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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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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옮긴이 이름으로 검색 (211.♡.245.30), 작성일 03-02-07 02:13, 조회 7,58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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秘傳 西遊記 ⑥

현묘(玄妙)의 도(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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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오공은 원래가 비범한 재질을 가졌던 만큼 못을 찾으면 장도리까지 가져오고 기침을 하면 가래침을 뱉도록 타구를 대령할 정도로 연구도 잘 하였거니와 스승에게도 특별한 사랑을 받았다. 그럭 저럭 6, 7년의 세월이 흘렀다. 하루는 수보리조사가 제자들을 불러 놓고 설법을 시작했다.


설법의 내용은 삼승(三乘)의 가르침을 말하는 것이었고 도가(道家)의 설(說)과 불가(佛家)를 아우르면서 삼가(三家)를 배합한 것이었다. 그야말로 현묘(玄妙)를 깨우치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삼승’이라 함은 대승(大乘), 중승(中乘), 소승(小乘)을 이르는 것인데 ‘삼승’의 풀이는 도교와 불교에 차이가 있다. 도교에선 대승을 일컬어 참(眞)을 깨우치는 상법(上法)으로 풀이하고 중승은 노자(老子)의 수련법으로 중법(中法)이라 한다. 그리고 하승은 수련의 기초를 닦는 초법(初法)이라고 풀이한다. 불교에선 흔히 성문(聲聞), 연각(緣覺), 보살(菩薩)을 각각 소·중·대승의 교법(敎法)으로 풀이한다.


‘삼가’라는 것은 도가(道家)와 불가(佛家) 그리고 유가(儒家)를 총칭하는 것이고, ‘현묘’라는 것은 신라 때의 고운 최치원(孤雲 崔致遠)이 말한 현묘지도(玄妙之道)의 그 ‘현묘’이다. 최치원은 일찍이 나라에 ‘현묘지도’가 있으니 유불선(儒佛仙)을 포함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선교(仙敎)가 중국의 도교보다 훨씬 앞서 있음을 뜻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모든 종교를 포괄한다는 뜻이다.


스승의 설법을 듣던 손오공은 기쁜 나머지 원숭이 특유의 기성을 지르며 손뼉을 치는 등 소란을 피웠다. 그 꼴을 본 조사는 “너는 왜 설법도 듣지 않고 미친 너엄처럼 날뛰느냐”고 꾸짖었다.


“스승님의 말씀에 깨달음을 받아 너무 감격해 저도 모르게 그렇게 됐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그래 네가 나의 말을 전부 알아 들었단 말이냐. 그렇다면 묻겠는데 네가 내게서 어떤 도(道)를 배우기를 원하느냐.”


“그것은 오로지 스승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도를 배우는 데도 3백60개의 부문이 있고 어느 것을 배우더라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데 무엇을 배우기 원하느냐.”


“그것도 스승님의 방침에 따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술(術)’을 가르쳐 줄까.”


“술이란 무엇입니까.”

“‘술’이란 길흉(吉凶)을 미리 알 수 있는 점치는 것 같은 그런 것이다.”


“그것을 배우면 장생할 수 있나요.”

“그건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면 배우지 않겠습니다”라고 손오공은 대답했다.


“그래 그러면 ‘류(流)’를 가르쳐 줄까.”

“‘류’가 무언데요.”


“유가(儒家)·도가(道家)·의가(醫家) 같은 일가의 원조(元祖)나 교조(敎祖)가 되는 길을 ‘류’라고 하느니라.”

“그것을 배우면 불로장수할 수 있나요.”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느니라.”

“그렇게 모호한 것은 배우기 싫습니다.”


“그러면 ‘정(靜)’을 배우는 게 어떨까.”

“‘정’을 배우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정’이란 고요히 숨을 고르면서 앉아 하는 수련인데 천지의 귀신과도 말을 나눌 수가 있느니라.”

“그것이 장생의 길과 통하는 겁니까.”

“글쎄 하기에 따라서는 통할 수도 있지만 반드시 장생이 보장되지는 않느니라.”

“그렇다면 그것도 배우고 싶은 생각이 없는데요.”


“그래, 그러면 ‘동(動)’의 길을 가르쳐 주어야겠군.”

“‘동’이 무언데요.”

“그건 ‘정’과 반대되는 수련 방법이다. 활발하게 몸을 움직이면서 수련하는 것인데 이걸 배우면 누구와 싸워도 이길 수 있느니라.”

“그것을 배우는 것과 불로장생과는 어떤 관계가 있습니까.”

“글쎄 그렇게 수련해서 영원히 강하게 장생하기를 바라는 것은 수월(水月)을 잡는 것이라고나 할까.”


“어유, 스승님 ‘수월’이 무언지도 모르는데 좀 알기 쉽게 말씀해 주십시오.”

“야! 이놈아 ‘수월’이란 물 위에 뜬 달이란 뜻이다. 물 위에 뜬 달을 잡는다고 잡을 수 있느냐.”

“그렇다면 불로장생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닙니까. 그런 건 배우기 싫습니다.”


손오공의 대답이 떨어지자마자 조사는 벽력 같은 소리로 “너 이놈, 가르쳐 주는 대로 배우겠다던 건 언제고 이젠 무엇이든 싫다고…”라고 꾸짖으면서 손에 쥐고 있던 자막대기로 원숭이의 머리를 세 번 내리치고 등 뒤로 손짐을 진 채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제자들은 “바보 같은 원숭이라구. 스승께서 비술(秘術)을 전수하시겠다는 데도 그것을 싫다고 하다니….” 모두가 조롱했다. 그런데 손오공은 무엇이 좋은 지 먀냥 히죽히죽 웃을 따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