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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크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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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옮긴이 이름으로 검색 (211.♡.245.30), 작성일 03-02-07 03:42, 조회 7,80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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秘傳 西遊記 ⑦

구결(口訣)을 전수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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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오공은 그날밤 동료 제자들이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삼경(三更)이 되자 살그머니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삼경이란 밤 11시부터 새벽 1시 사이를 이르는 말이다. 손오공은 낮에 스승으로부터 머리를 세 번 얻어 맞은 것을 ‘삼경’에 찾아오라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리고 스승이 뒷짐진 것은 뒷문으로 들어오라는 암시라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손오공이 뒷문에 가본 즉 닫혀 있지 않고 빙긋이 열려 있는 것이 아닌가. 손오공은 좋아서 혼잣말로 “스승님이 과연 내게 도를 전하시려고 이 문을 열어 놓으셨구나”하고 소리없이 문안으로 들어가서 수보리조사의 침대로 다가갔다.


“원숭이 놈이 앞채에서 잠은 안자고 이 뒤채엔 뭣하러 왔느냐”고 스승은 꾸짖었다. “스승님 어제 설법하실 때 저더러 ‘3경에 뒷문으로 오너라’,‘도법을 전하마’고 분부하신 걸로 알고 왔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조사는 그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이놈이 천지영기를 타고 나서 내가 몸짓으로 보여준 수수께끼를 해득했구나) 하고 기뻐했다.


“너는 인연이 있는 듯하니 나도 기쁘다. 네게 장생하는 묘도를 가르쳐 줄테니 가까이 와서 들으라”고 말했다. 손오공은 큰 절로 3배하고 침대 앞에 꿇어 앉았다. 3배란 절을 세 번 한다는 뜻인데 대개 선도의 큰 스승이나 부처님 앞에 절할 때는 3배의 예를 올리는 것이 옛날부터의 관행이었다. 이것은 흔히 윗사람에게 하는 한 번의 큰절이나 제사 지낼 때 하는 두 번의 절과 구별되는 것이다. 제사의 경우도 천제(天祭)나 단군(檀君)에게 경배할 때는 4배의 예를 올리는 것이 관례이다.


손오공은 경건한 마음으로 스승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조사의 가르침은 이른바 구결(口訣)을 전하는 것이었다. ‘구결’이란 글(文)을 써서 전하는 것이 아니라 말(口)로 비결(秘訣)을 전한다는 뜻이다.


수보리조사가 말한 구결의 요지는 현교(顯敎)든 밀교(密敎)든간에 원통(圓通)하는 참묘결이란 성명(性命)을 닦는 이외에는 길이 없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현교라 함은 밀교와 반대되는 일반적인 불교를 이르는 말이다. 그리고 성(性)이란 마음이 생겨난 본래의 자리를 뜻하는 것이고 명(命)이란 숨의 작용을 뜻하는 것이다. ‘성명’을 닦는다는 것은 곧 마음 공부와 숨 공부 또는 기(氣) 공부를 함께 한다는 뜻이다. 수보리조사는 이런 수련의 모든 것은 정(精)·기(氣)·신(神)의 세 가지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여기서 ‘정’이란 생체(生體)의 근원이 되는 힘을 뜻하는 것인데 옛스승들은 단전(丹田)의 기초 물질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기’란 호흡을 뜻하는 것이고 ‘신’이란 성(性) 또는 마음(心)을 뜻하는 것이다.


수보리조사는 이 세 가지를 열심히 닦아 몸안에 축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련과정중에 조금 축적됐다고 해서 그것을 헛되게 써버려서는 안된다는 주의도 환기시켰다. 사욕(邪慾)을 없애고 열심히 수련해 축적이 이루어지면 몸안에 시원한 기운이 돌고 이윽고 깨끗하고 찬란한 빛이 몸 안팎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오행(五行)을 한 데 모으고 잘 활용하면 드디어 공완(功完)할 수 있으며 그런 경지가 바로 부처나 신선의 경지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오행’이란 우주만물을 형성하는 다섯 가지 원기(元氣), 즉 수·화·목·금·토(水·火·木·金·土)를 뜻하는 것이다. 우리의 옛 조상들은 오행의 상생(相生)과 상극(相剋)의 이치로 우주만물이 지배된다고 여겨 왔었다.


조사의 가르침은 말하자면 근원(根源)을 설파한 것이었다. 손오공은 마음에 문뜩 깨달음이 있어 스승의 말씀을 송두리째 암기하고 깊은 가르침에 거듭 감사의 큰 절을 올렸다. 그리고 뒷문으로 나와 보니 동이 훤히 트면서 찬란한 태양의 빛이 솟아 오르는 찰나였다.


손오공은 앞문까지 되돌아와 가만히 문을 열고 들어가 자기의 잠자리 위에 앉았다. 그러다가 시치미를 떼고 “날 밝았다”,“날 밝았다”고 소리치며 여러 사람을 깨웠다. 그들은 그때까지도 잠이 들어 있었으니, 손오공이 비결을 전수받은 것을 아무도 몰랐다.


아침 청소 같은 일과를 마치고도 겉보기에는 손오공의 태도엔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속으론 이미 스승의 가르침을 따르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눈치채지 못하게 하면서 숨 고르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