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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크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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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옮긴이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18.♡.169.184), 작성일 03-02-07 19:35, 조회 7,55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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秘傳 西遊記⑨

파문(破門)으로 쫓겨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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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오공은 72법의 변화술을 연마하기에 또 3년을 보냈다. 마침내 공중을 날아다니는 비승술(飛昇術)까지 익히게 됐다. ‘비승술’과 ‘장생술(長生術)’은 이른바 동방선도의 핵심이다. 중국기록에 보더라도 동이족(東夷族), 즉 배달민족에게서 ‘장생’과 ‘비승’을 배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날 오공은 흥에 넘쳐 노래하며 연습하고 있었다. 이것을 본 수보리조사는 껄껄 웃으면서 “네가 하고 있는 것은 공중으로 비승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구름사이를 기어 다니는 것이 아니냐”고 타박했다. ‘선인(仙人)들이 구름을 탈 때는 결가부좌(結跏趺坐)의 자세로 공중부양(空中浮揚)하는 것이 원칙이니라. 너처럼 뛰어서 구름위로 오르는 방식을 제대로 하려면 차라리 근두운(筋斗雲)의 비술을 배우려무나. 가르쳐주마.”


여기서 ‘결가부좌’의 자세라는 것은 선도수련이나 좌선을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앉음세를 말한다. 결가부좌란 두 발의 발바닥이 하늘을 향하도록 두 허벅지 위에 교차시켜 앉는 좌법이다. 이런 좌법은 절에 있는 불상의 앉음세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좌법은 수련에 처음 임하는 초보자(初步者)에겐 매우 어려운 좌법이다. ‘결가부좌’를 쉽사리 할 수 없을 때는 반가부좌(半跏趺坐)의 좌법부터 시작할 수도 있다. ‘반가부좌’란 한 쪽 발바닥만 하늘을 향하도록 반대쪽 허벅지 위에 걸쳐 앉는 자세를 말한다.


‘공중부양’이란 문자 그대로 몸이 공중으로 떠오르는 현상을 일컫는다. ‘결가부좌’로 앉은 자세에서 몸이 공중에 떠오른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이며 그것은 과연 가능한 일일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그것은 가능한 일이며 그것이 뜻하는 것은 수련의 경지를 말해 주는 것이다. 단전호흡 수련이 이른바 상승(上乘)의 경지에 다다르면 중력(重力)의 법칙을 초탈해 몸이 공중에 뜨게 된다.


아무튼 오공은 또 하나의 비법을 배우게 됐다. 이 근두운의 비법은 후일에 손오공이 활약할 때 제일 가치 있게 사용한 비법이다. 스승은 오공에게 이 비법으로 구름만 타면 한 시간에 10만8천리를 거침없이 날아갈 수 있다고 했다. 이것을 요사이의 숫자로 환산하면 시속 4만5천 마일 또는 시속 7만2천여㎞가 된다.


손오공은 그 뒤에도 이 비술을 수년간 연마했다. 그리하여 천지간의 비법이란 비법, 비술이란 비술을 하나도 모르는 것이 없는 대가(大家)가 된듯 스스로 자부하게 됐다. 오공은 배우고 익힌 재주를 감추어 둔채 얌전히 있지 못하고 사람에게 자랑하고 싶어 안달이었다. 그야말로 어쩔 수 없는 원숭이의 속성이었다.


어느 날 동료 제자들과 소나무 밑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끝에 수제자(首弟子)이면서도 머리가 둔해 비술을 하나도 깨닫지 못한 친구가 “여보게, 오공! 자네는 변화의 비술까지 익혔다는데 얼마나 할줄 아는지 한 번 시험삼아 보여주지 않겠나. 저 소나무처럼 변해볼 수 있겠나”하고 제의했다. 제까짓게 하기는 무엇을 하느냐 하는 생각으로 봉변이나 톡톡히 주자는 심보였다.


그러나 손오공은 재주를 자랑하고 싶었던 터라 이때다 싶어 “그것쯤은 팥떡 먹기지, 그러면 어디 한 번 소나무로 변해 볼까… 하나, 둘, 셋!”하는 구호와 함께 몸짓을 하는 순간 홀연히 하늘을 찌를 듯한 소나무로 변하는 것이 아닌가. 이것을 본 제자 일동은 감탄하면서 큰 박수로 환호했다.


수보리조사는 떠들썩한 소리에 제자들이 무슨 장난들을 하나 하고 문밖에 나와 보니까 그 지경이었다. 스승은 눈살을 찌푸리며 다른 제자들을 꾸짖었다. “구개신기산(口開神氣散) 설동시비생(舌動是非生), 즉 입을 열면 신기가 흩어지고 혀를 움직이면 시비가 생긴다고 가르쳤거늘 수행자의 체통이 말이 아니구나”하고 개탄했다. 스승은 모두를 물러가게 하고 오공을 불러세웠다.


“이게 무슨 철없는 짓이냐, 네가 그런 비법을 써 보이면 다른 놈들이 모두 가르쳐 달라고 떼를 쓰지 않겠느냐. 그것을 거절하면 생명이라도 노리려 할 것이다. 빨리 이곳을 떠나거라. 너는 파문(破門)이다.” 손오공은 스승의 파문이란 소리에 그 자리에 엎드려 눈물을 좔좔 흘렸다. “스승님의 앞을 떠나 저를 어디로 가란 말씀입니까. 한 번만 용서해 주시옵소서.”


“이놈아, 못난 소리 좀 작작해라! 너는 본래가 어디 출신인지를 잊었느냐!” 이 말에 손오공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