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체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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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간 있었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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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동방의빛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153.147), 작성일 07-03-26 17:14, 조회 4,37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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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부산에 갔다 왔습니다. 얼마전에 게시판에서 언급했듯이 할머니 무덤과 그동안 쌓인 감정때문에 껄끄러운 일들이 많았지요..^^



애초에 화장해서 뿌리자고 했던걸 부산사는 큰고모부의 부추김에 큰고모도 덩달아서 화장후 매장을 하겠다고 해서 한차례 설전이 오갔고...

이런 말하긴 좀 그렇지만 큰고모와 고모부는 무덤애호가입니다. 부산 찾아뵐 때마다 어찌나 고모네 시댁 무덤자랑을 하시는지... 무덤을 잘 써서 고모부네 큰형 자식들이 모두 번창했다고 합니다. 큰아들은 일본에서 밧데리를 수입가공하는 공장을 하는데 밥을 안먹어도 공장만 보면 배가 부르다는 말을 하루에도 몇번씩하고, 작은 아들은 검소하고 계획적이며 얼마나 착실한지 학생때 용돈 받은 돈까지 아껴 적금을 부어 졸업후 국내 굴지의 전자회사에 취직후 어머니께 그돈을 드렸다고 합니다.



근데 그렇게 근면하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얘기를 저한테 하면서 결론은 꼭 무덤덕분이라고 하니 좀 안타깝습니다. 저렇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은 재물도 모으게 되고, 사회적으로도 성공하는게 당연한 거 아닙니까? 부모님에 대한 효심도 가득하고 자신의 삶에도 성실하니 가족간에도 화목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잡설이 길어졌네요. 아무튼 그 고모부 때문에 결국 고모도 그런 생각을 갖게 되고, 뿌린다는게 결국 납골묘로 결정되고 마지막엔 봉분으로 또 의견이 바뀝니다. 그래야 자손이 복받는다고요.;;



무덤이 저희 집(정읍) 근처에 있어서 당신들은 무덤관리 할 필요도 없고 오로지 발복에 대한 욕심밖에 없으니 뭐 다른 생각할 겨를이야 있겠나요? 제 여동생이랑 어머니, 아버지 역시 무덤관리할 것도 그렇고해서 반대를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이젠 무덤 앞에 비석을 새워서 자식들, 손자들 이름까지 새긴다고 합니다. 이쪽 의견은 깡그리 무시하고 본인 동의도 없이 이름을 새긴다고 물어보는데 아버지가 더 이상 왈가왈부 하지 말고 싸우지 말자고 하며 이름을 불러줬습니다. 그러자 제가 화가 나서 내 이름 들어가면 망치로 비석 다 깨부수겠다고 했다가 아버지랑도 얼굴을 붉혔죠.. 참 부끄럽네요.



아무튼 이번에 할머니상을 치르며 하나 배운게 있습니다. "분란을 조장하는 것에 대해 휘둘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자각하지 못한 채 엄마와 여동생에게 상처주는 말을 해왔던 걸 알게 됐습니다. 할머니 간병하러 부산에 가 있을 때 할머니가 위독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고모는 좋은 말 다 놔두고 앞뒤 정황 생략한 채 " 오매아배랑 오라캐라" 그러니까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싫으면 관둬라 마" 하면서 화를 버럭내는 겁니다. 그런데 저는 속없이 또 엄마에게 전화를 해서 그 말을 그대로 전한 것입니다. ...

방금 내용은 잘 설명이 안된 것 같아서 다른 예를 들겠습니다. 엊그제 장례때문에 부산에 있을 때 사촌누나가 제 앞에 와서 니 동생이랑 엄마 둘다 어디 갔냐며 손님 받아야 하는데 뭐하고 있냐며 짜증을 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만 또 엄마와 동생을 찾아서 손님 접대를 해야하는데 어디 가있었냐며 다그쳤어요. 그러자 엄마가 왜 그런 상처주는 말을 하냐고 했습니다. 그때서야 깨달았습니다. 저도 모르게 남이 저에게 건넨 부정적인 기운과 말을 그대로 남에게 전달하고 있었다는 걸요. 오히려 저에게 와서 짜증을 부린 그 사촌누나에게 화를 냈다면 그나마 이해가 갈텐데 그걸 곧이곧대로 가족에게 찾아가서 전달을 했던 제 자신이 한심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라도 알았으니까 다행이죠. 사람들 사이에 분란을 일으키는 그런 부정적인 파장을 제 선에서 끝내야 한다는 걸요. 저 증상이 저한테만 있는 건 아니고 저희 아버지도 꽤 심했습니다. 토요일(그저께) 화장후 골을 담아온 항아리에 넣고 묻을 숯을 사오라고 고모부가 아버지에게 시킨 후... 휴게소에서 아버지가 느닷없이 숯 사오라고 엄마에게 말했는데 앞뒤 설명도 없이 그렇게 말하자 엄마가 이런 곳에 무슨 숯이 있냐고 왜 필요하냐고 그랬는데 아버지가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런건데 왜 말을 자르냐며 그냥 사오라면 사오지.. 하며 또 화를 냈습니다. 그때는 엄마, 저, 동생이 그냥 참았지만 집에 와서 그런 걸 얘기했지요. 먼저 제가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제가 잘못을 했다고 죄송하다고 그런 것을 하지말자고 하고.. 아버지 역시 그런 습관이 있다고요.

그러자 아버지도 좀 수긍을 하면서 미안해하는 눈치였습니다.



오늘 마지막으로 산소에 갔습니다. 무덤에 가는 내내 멀미가 나서 힘들었는데 차에서 내려 무덤 앞에 가니 더 심해지더군요. 앞으로 그 무덤을 없애기 전엔  그 주변에 다시 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덤을 만들게 되어서 정말 안타깝네요.



급하게 써내려가다보니 글이 어떻게 됐는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제 요지는 분란을 조장하는 어둠의 파장에 두번 다시 속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다른 회원님들도 속지 마세요. 고맙습니다.^^
* 운영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12-13 2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