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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스타시야> -제3권 미리보기(말이 사람의 운명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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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127.76), 작성일 07-11-04 20:37, 조회 4,88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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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사람의 운명을 바꾼다.



그 일을 겪고 난 우리들은 서서히 정신을 차리고 있었어요. 누구도 감히 입을 열지 못 했지요. 우리는 제자리에 서서 얼마 시간이 지난 후에야 사방을 살피기 시작했어요. 주변 세상이 처음 보는 것처럼 새로웠죠. 그때 마을에서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주민들의 모습이 보였어요. 현지 주민이래야 열두어 명이 전부였어요. 타이가 마을 6 가구에 사는 사람들 총 인구였죠. 하나같이 다 노인네들이었고요. 전혀 기력이 없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허리가 반으로 접힌 꼬부랑 할머니도 대열에 섞여있었어요. 지팡이 없이 걸을 수 있는 사람들은 노, 도끼 자루 등 여러 가지 농기구를 들고 있었어요.


아나스타시야를 지켜주려 오는 것이 틀림없었죠. 늙고 허약한 자들이 젊고 건장한 게다가 무장한 남자들을 상대하려 봉기한 것이죠. 털끝만큼의 두려운 기색이 없었고, 상대가 누구든 개의치 않고 아나스타시야를 지키겠다는 굳은 결의가 엿보였어요.


그 비장함은 사람을 겁나게 했어요. 우리와 거리가 좁혀지자 다른 사람보다 약간 앞서 걷던 고무 장화 차림의 노를 든 노인이 멈춰 섰어요. 다른 사람들도 그 뒤에 다가와 섰지요. 사람들은 우리의 존재를 완전 무시해버렸죠. 노인은 천천히 수염을 어루만지며 아나스타시야를 보고 정중히 말했어요.



- 아나스타시유쉬카, 우리 모두가 안부를 전하오.


- 선한 여러분, 좋은 날입니다. – 아나스타시야가 가슴에 손을 얹고 노인들에게 허리를 굽혀 답례를 했지요.


- 올해는 강에 물 빠짐이 이르오. 여름에 비도 적고… - 노인이 말을 이었어요.


- 비가 적네요. 하지만 더 올 거에요. 강에 물이 늘어서 전과 같아질 거에요. – 아나스타시야가 말을 받았어요.



이렇게 말이 오가는 동안, 노인들 틈새에서 한 여섯 살쯤 돼 보이는 삐쩍 마른 몸매에 얼굴이 노랗게 핏기가 없는 여자 아이가 걸어 나왔어요. 그 아이는 더 큰 아이의 옷을 고쳐 만든 듯한 낡은 외투에다, 가느다란 다리에는 덧대고 꿰맨 스타킹을 신고, 닳아 헤진 신발 차림이었어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에요: 그 아이의 이름은 아뉴타라 했어요. 태어날 때 심장에 결함이 있어서 생후 반년 된 아이를 엄마가 도시에서 데려다가 노인들한테 맡겼대요. 엄마는 그 후 다시 한번도 나타나지 않았고요. 건축 현장에서 페인트공으로 일한답니다. 아뉴타가 아나스타시야에게 다가와서는 치맛자락을 잡아 당기며 졸랐어요:



- 아나스타시야 아줌마, 숙여봐요. 아래로 좀 숙여봐요.


아나스타시야가 소녀를 쳐다보며 그 애 앞에 웅크려 앉았어요. 아이는 자기 머리에 쓰고 있던 흰색의 낡은 머플러를 얼른 클러서, 그 가에 침을 뱉어서는 아나스타시야의 관자놀이와 얼굴에 말라붙은 피를 조심조심 닦아냈어요. 그러면서 말했죠:


- 아나스타시야 아줌마, 왜 강가에 있는 아줌마 통나무를 안 찾아와요? 할아버지가 그러시는데: 아줌마가 전에는 자주 왔었대요. 통나무에 앉아서 강을 바라보았지. 지금은 안 와. 아나스타시야 아줌마, 할아버지가 아줌마가 전에 와서 찾던 그 통나무를 보여줬어요. 할아버지가 나한테 보여주고 나서, 나도 아줌마의 통나무를 가끔 찾아 왔어요.


나 혼자 앉아서 아나스타시야 아줌마가 오길 기다렸어요. 아줌마가 너무 너무 보고 싶었어요. 내겐 비밀이 하나 있어요. 그런데 아줌마는 통나무를 찾아오지 않았어요. 앉아서 강물을 보지 않았어요. 통나무가 너무 오래된 거라 그래요? 내가 할아버지를 조르고 졸라서 할아버지가 통나무를 새 거로 끌어다 놓으셨어요. 저기 봐. 오래된 것 옆에 있지.


소녀는 아나스타시야의 손을 잡아 통나무가 있는 쪽으로 끌었어요.



- 가요, 어서. 아나스타시야 아줌마. 새 통나무에 좀 앉아봐요. 할아버지가 통나무에다 도끼로 두 군데 자리를 패냈어요. 아줌마가 오면 내가 옆에 앉으려고 졸라서 한 거에요.



아나스타시야는 두말 않고 아이의 청을 들어주었어요. 둘은 통나무에 나란히 앉았지요. 얼마간 잠자코 앉아있었어요. 주위에 아무도 없는 듯이. 모두가 숨을 죽이고 잠자코 서있었죠. 소녀가 말문을 열었어요:



- 아나스타시야 아줌마, 할머니가 나한테 아줌마 얘기 많이 해줬어요. 할머니가 돌아가시고나서는 할아버지를 졸랐어요. 할아버지도 아줌마 얘기를 해주셨어요. 할아버지가 말씀하실 때 난 아줌마한테 말해줄 내 비밀을 생각해요. 할아버지가 그러는데, 내가 어렸을 적에 내 심장은 엉터리로 뛰었대요. 마음대로 뛰었대. 한번은 완전 엉터리로 뛰었대요. 의사 아줌마가 배를 타고 와서는 이렇게 말했대요: “심장이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도저히 손을 쓸 수가 없네요. 심장이 누구 말도 안 들을 거에요. 곧 죽을 거에요”



할아버지가 그러시는데, 아나스타시야 아줌마도 오래 된 통나무에 앉아서 강물을 쳐다보았대요. 그러다 일어서서 우리 오두막으로 들어왔대요. 내 손을 잡고 마당 풀밭에 뉘였대요. 그리곤 아줌마도 내 옆에 누워 내 가슴에 손을 올려 놓았대요. 여기에다. 심장이 뛰는 곳, 바로 여기. – 여자 아이는 앙상한 자기 가슴에 손을 얹었어요.- 할아버지는 말씀하셨어요.


아나스타시야 아줌마도 숨이 멎은 듯이 누었대. 내 심장처럼 아줌마의 심장도 약하게 약하게 뛰었대. 그러다가 아줌마 심장이 좀 빠르게 뛰면서 내 심장한테 따라 오라고 불렀대. 내 심장이 아줌마 심장을 따랐대요. 그리곤 함께 잘 뛰기 시작했지. 할아버지가 내게 말씀해주셨어요. 할아버지가 한 말 다 맞아요? 맞아요? 아나스타시야 아줌마?


- 그래, 아네츠카. 네 심장이 말을 들었어.


- 이제 비밀을 하나 얘기해 줄 게요, 아나스타시야 아줌마. 아주 아주 중요한 비밀이에요.


- 그 중요한 비밀을 내게 말해보렴, 아네츠카.


아뉴타가 통나무에서 일어나 아나스타시야 앞에 섰어요. 가느다란 손을 가슴에 얹었죠. 갑자기 아뉴타는 앞에 털썩 무릎을 꿇고 앉아서는 고조된 감정으로 억지로 나오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아나스타시야 아줌마, 착한 아나스타시야 아줌마, 아줌마 심장한테 해달라고 부탁해봐요. 부탁해봐요! 아줌마 심장으로 우리 엄마 심장을 불러봐요. 단 하루라도 와보라 해보세요. 나한테. 이게 내 비밀이에요. 아줌마의 심장이… 엄마의…심장…


아뉴타는 감정에 복받쳐 목이 메였어요. 말을 멈추고는 아나스타시야한테서 눈을 떼지 않았어요.


가늘게 뜬 아나스타시야의 시선은 자기 앞에선 작은 소녀를 지나 먼 곳을 향했어요. 다시 소녀를 보면서 조용히 답했어요. 어린애한테는 너무도 참혹한 사실을 밝혔어요. 어른한테 답하듯 말했어요:


- 아네츠카, 내 가슴은 너희 엄마를 부르지 못한단다. 네 엄마는 멀리 도시에 계셔. 엄마는 행복을 찾으려 하지만 못 찾았어. 엄마는 집도 없어. 네게 줄 선물을 살 돈도 없어. 선물 없이 엄마는 오고 싶지 않아. 엄마는 도시에서 힘들어. 설사 엄마가 여길 찾아온다 한들 엄마한텐 더 힘들어질 거야. 엄마한테는 너와의 만남이 쓰리고 고통스러운 고문이 될 거야. 아프고 좋은 옷 못 입은 너를 보면 엄마는 더 살기 힘들어. 너희 마을에 집들이 다 쓰러져가고 네가 사는 집이 낡고 누추한 걸 보겠지. 엄마가 너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알게 될 거고 그래서 엄마는 더 힘들어지는 거야. 엄마는 좋은 일을 믿지 않아. 할 만큼 했고 그게 자기한테 운명이라 생각해. 엄마는 스스로 생각해낸 무기력에 항복하고 만 거야.



어린애 아뉴타는 이 끔찍한 진실을 듣고 있었어요. 앙상한 그 아이의 체구가 파르르 떨렸어요.


그런 얘기를 아이한테 말한다는 게 너무나 잔인하다 생각했죠. 거짓이 더 적절하고 필요할 듯 했어요. 불쌍한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엄마가 돌아올 거야, 행복한 만남이 다가올 거야 하고 약속하는 것이.


하지만 아나스타시야는 다르게 행동했어요. 나약하고 힘없는 어린애에게 쓰디쓴 진리를 모두 다 털어놨어요. 아이의 작은 몸매가 파르르 전율하는 걸 얼마간 지켜본 후 다시 말을 시작했어요:


- 네가 엄마를 사랑하는 거 알아, 아네츠카.


- 사라…사랑해요. 불쌍한… 엄마를 사랑해요. – 울컥 울음을 터트릴듯한 어린애의 목소리가 답했어요.


- 그러니 네가 엄마를 행복하게 해드려. 너 혼자… 온 지구에서 너 혼자만이 엄마를 행복하게 할 수 있어. 아주 쉬워. 네가 건강하고 기운 센 사람이 되거라. 노래를 배워. 가수가 될 수 있어. 너의 곱고 깨끗한 목소리가 너의 마음과 함께 노래할 거야. 네 엄마와 20년 후에 만나도 행복할 거야. 하지만 네 엄마는 내년 여름에 올 수도 있어. 그 전에 넌 건강하고 힘을 찾아야 해. 엄마가 오기 전에. 네가 엄마한테 드릴 선물을 준비하렴. 너의 힘과 아름다움을 보여줘. 엄마를 행복하게 해드려. 엄마와의 만남은 행복한 만남이 될 거야.


- 그렇지만 난 건강해질 수 없어요. 기운이 셀 수 없어요.


- 왜지?


- 의사 아줌마, 하얀 까운 입은 여자. 그 의사 아줌마가 할머니한테 말했어요. 이렇게 말하는 걸 들었어요: “ 저 애는 항상 빌빌거릴 거에요. <<가짜>>니까요.” 난 <<가짜>>에요. 엄마가 내게 가슴의 젖을 먹이지 못했어요. 엄마 가슴에는 젖이 없었어요. 아기는 원래 엄마의 가슴에서 젖을 먹잖아요. 우리 마을에 한 엄마와 아기가 온 적이 있었어요. 난 그 집에 말을 다녔어요. 아기가 어떻게 엄마의 젖을 먹는지 너무 보고 싶었어요. 조용조용 앉아 있으려 했어요. 그렇지만 늘 나를 쫓아냈어요. 그 엄마- 아줌마가 말했어요: “저 애는 뭘 그리 뚫어지게 쳐다봐”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보려면 난 눈을 깜빡일 수 없었어요.


- 너는 건강하고 강해질 수 없다고 했는데, 아네츠카, 의사 아줌마가 실수 한 거라 생각 안 하니?


- 실수요? 하얀 가운을 입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모두 다 그 사람 말을 들어요.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그 사람은 다 알아요. 내가 <<가짜>>라는 것도 알아요.


- 아가한테 가슴으로 젖을 먹이는 걸 넌 왜 보려 다녔지?


- 엄마 젖을 빨아 먹으면 아가가 얼마나 좋을까 보려 했어요. 아이가 좋은 걸 보면 나도 좋아질 거라 생각했어요.


- 넌 좋아질 거야, 아네츠카. 건강하고 강해질 거야. – 조용하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고 아나스타시야가 말했어요.


이 말을 하고 아나스타시야는 마고자 단추를 천천히 풀어 가슴을 들어냈어요. 너무 당황하여 할말을 잃은 아튜타는 드러난 아나스타시야의 가슴을 바라보았어요. 젖꼭지에선 망울망울 젖 망울이 맺혔어요.


- 젖이다… 엄마 젖! 아나스타시야 아줌마. 아줌마도 어린애한테 젖을 먹여요? 엄마에요?


- 이 젖으로 작은 내 아들을 먹인단다.


모유 망울이 점점 더 커졌어요. 바람이 젖 망울을 가슴에서 떼어 놓았어요. 왜소한 아뉴타의 몸이 강철 용수철처럼, 젖꼭지에서 떨어진 모유 방울을 잡으러 돌진했어요. 그 애는… 그 앙상하고 병색이 있는 아뉴타는 이 젖 망울을 날쌔게 잡았어요. 믿기 어렵죠.


땅에 넘어지며 아뉴타는 손바닥을 뻗었어요. 그렇게 엄마의 젖 방울을 잡았던 거지요.


넘어지며 젖 망울이 땅에 떨어지기 바로 직전에 낚았어요. 무릎을 대고 일어서서 아뉴타는 꼭 쥔 손을 얼굴에 대고 손을 펴서 축축한 한 점을 바라보았어요. 그 손을 아나스타시야한테 내밀었죠.


- 여기요. 내가 잡았어요. 여기 있어요. 아줌마 아들의 젖이 땅에 떨어지지 않았어요.


- 네가 젖 망울을 살렸구나, 아네츠카. 그건 이제 네 거야.


- 내 꺼요?


- 그래, 순전히 네 거야.


아뉴타는 손바닥을 입술로 가져가서 축축한 점에 입술을 댔어요. 손바닥을 입술에 댄 채 눈을 감고, 야윈 소녀 아이는 오래오래 서 있었어요. 손을 내리고, 아나스타시야를 쳐다보며, 감사로 충만한 속삭임으로 소근거렸어요.


- 고마워요!


- 이리 오거라, 아네츠카.


아나스타시야는 소녀가 다가오자 그 애의 어깨를 감쌌어요.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자기 무릎에 앉혀서는 젖먹이 아이처럼 자기 가슴에 기울여서 조용히 노래를 불러줬어요.


아뉴타의 입술이 아나스타시야의 젖꼭지 가까이 놓이게 되었어요. 아뉴타는 반쯤 수면상태에서 입술이 축축한 젖꼭지에 닿자 살짝 놀란 듯 하다가는 젖이 가득한 아나스타시야의 가슴을 탐욕스럽게 빨기 시작했어요.


녹음된 상태로 볼 때, 그 아이는 9분 후에 깨어났어요. 머리를 들고, 아나스타시야 무릎에서 얼른 내려왔어요.


- 내가… 어머나. 이걸 어쩌지? 내가 아줌마 아들의 젖을 다 마셨네요.


- 걱정마라, 아네츠카. 그 아이한테는 충분해. 넌 한쪽 가슴에서만 마셨어. 다른 쪽은 아직 남아있어. 충분해. 내 아들은 원하기만 하면 꽃 가루를 먹을 수도 있어. 넌 이제 기운 세고 예쁘고 행복하게 될 거야. 모두 다 받았으니까. 살면서 매일매일 행복을 잡거라.


- 난 기운 세고 건강할 거에요. 엄마가 나를 보고 기뻐하시도록, 엄마가 힘들지 않게, 엄마를 만날 생각을 할 거에요. 그런데 노래는 못 해요. 옛날에는 할머니하고 노래를 불렀어요. 할머니는 돌아가셨어요. 할아버지한테 간절히 부탁을 해도 노래를 안 해요. 보드카를 마셔야 나한테 노래를 해주세요. 그때 따라서 노래할 수 있어요. 그런데 할아버지 목소리가 쉰 소리가 나서 따라 하기 어려워요. 라디오도 따라 해봤지만, 라디오가 낡아서 말을 알아듣기 어려워요.


- 우선은 노랫말 없이 해보거라, 아네츠카. 새소리를 듣고, 졸졸거리는 물소리, 나뭇잎의 살랑임, 그리고 바람이 세차게 나뭇가지에서 우는 소리를 목소리로 따라 해보거라. 풀에서도 여러 가지 소리가 나지. 원하기만 하면 사방에서 여러 가지 깨끗한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이들이 너의 좋은 선생님이 될 거야. 이제 난 가봐야겠다, 아네츠카. 나 간다. 안녕.



아나스타시야는 통나무에서 일어났어요. 아뉴타는 앉아서 자기 주위의 소리의 세계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어요. 아나스타시야는 자기한테 총을 발사한 젊은 경호원에게 다가갔어요. 그는 여전히 창백하고 손은 떨고 있었어요. 권총은 땅에 뒹굴고 있었고요. 아나스타시야는 경호원에게 말했어요:



- 자신을 책망하지 마세요. 자신의 마음을 괴롭히지 말아요. 당신의 행위에 마음은 동참하지 않았으니까요. 본능이 그런 거에요. 상황을 파악하지 말고 지시 받은 대로 행동하도록 훈련을 받았지요. 그래서 본능이 발동한 거에요. 본능이 사람에 있는 모든 것보다 상위를 차지하면 좋지 않아요. 본능이 주(主)가 되면 사람은 비주(非主)가 되죠. 비인간이 되는 거에요. 자신으로, 사람으로 돌아오는 게 좋지 않을까요?




아나스타시야의 차근한 목소리로 경호원의 손 떨림이 멈추었고 얼굴에서는 창백함이 사라졌어요. 아나스타시야가 말을 마치자 경호원의 얼굴은 귀 끝까지 새빨갛게 탔어요.


아나스타시야는 시골 노인들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타이가를 행해 떠났어요. 우린 멀어져 가는 아나스타시야의 뒷모습을 말없이 한참 쳐다보았어요. 그때 너무나도 깨끗한 어린 아이의 목소리가 울렸어요.


통나무에 앉아 아뉴타가 아마 할머니한테서 들었음직한 옛 노래를 부르고 있었어요. 그 노래란! 깨끗한 목소리가 믿기 어렵도록 고음을 내며 창공을 메웠고 사람의 마음을 홀렸어요.




보슬비가 내려요,

오빠 누이를 흔들고.

오빠 누이를 흔들고,

가만히 노래 불러요.



노래를 마친 아뉴타는, 여전히 움직이지 못하고 서있는 우리 쪽을 뚫어지게 쳐다보았어요. 아뉴타가 일어섰어요. 땅바닥에서 가는 회초리를 들어서는 말했지요.



- 아저씨들 나빠요. 큰 어른이 돼 가지고… 나빠요.



이렇게 말하고 그 애는 손에 작은 회초리를 든 채 우리 쪽으로 다가왔어요. 그 애를 따라 남녀 노인들이 아무 말 없이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우리는 모두, 한 명도 예외 없이, 그들 앞에서 꽁무니를 빼기 시작했지요. 그렇게 강변 증기선이 있는 곳까지 물러섰어요. 배를 밀어서 잽싸게 사다리를 타고 증기선에 올랐어요. 사다리를 접으려는 순간 선장은 증기선에 탄 두 명의 헬기 조종사를 발견했어요.



- 당신들 어디에 탄 거요? 헬기는 누구한테 버리고? – 갑판실에서 선장이 소리질렀죠.


헬기 조종사들은 증기선에서 뛰어내려 자기 기계로 뛰어갔어요


우리는 강변에 연료 통과 천막을 남긴 채 떠났어요. 누구도 그걸 거둘 생각을 못했어요.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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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나스타시아 3권(사랑의 공간)
* 운영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12-13 2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