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체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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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감사의 말씀을 드려도 오도방정은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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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ethian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10.♡.238.155), 작성일 03-02-22 15:17, 조회 6,22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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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 병원에서 혼자 집에 와 있습니다. 이사갈 곳을 알아보러 멀리 타지에 나갔다가 갑작스럽게 일을 당해 집에 들려 짐도 못 꾸리고 병원 응급실로 갔던 터라, 여행지에서 짐이 도착하기를 기다릴  수도 없고 해서, 오늘은 저 혼자 집에 왔습니다. 양말이고 수건이고 병원생활용품을 준비하러요. 수술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장기생활에 대비해서 여러 물건들도 챙기러 왔지요. 아내는 아침에 다른 사람과 통화를 해보더니 그 사람이 서울로 가라고 했다고, 만약 수술을 해야 하면 서울로 가는 것이 어쩌냐고 하여, 저의 마음은 심란해졌습니다. 아기는 아침, 아니 새벽부터 울기 시작하여, 제가 병실을 나설 때에야 잠시 가느다란 미소를 지어주었습니다. 삼일째 굶고 있는 중이군요, 우리 먹보가... 담당의사는 특유의 냉한 표정과 말투로 초음파검사를 받아보자고 하여, 우리는 정말 우리가 할일이 없어지고 그저 병원 스케줄에 맞추어지는 것이구나 싶어서 무기력하고 암담하기도 하였습니다. 초음파검사도 그 검사실의 스케줄에 따라야 하기에 내일이나 되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우리 아기는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인가...저는 단식을 한번 한 적이 있는데, 삼일째가 제일 고통스럽더군요. 우리 아기가 오늘 삼일째입니다. 집에 와서 아내가 일러준 짐을 하나씩 챙기고 있는데, 병원에 있는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제가 병원을 떠난 사이에 초음파검사를 했답니다. 아니, 이게 어찌된 일인고...아내의 말투가 어찌 경쾌하게 느껴집니다. 검사를 한 후 의사는 아내에게 아무 말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씩씩한 아기의 엄마이자 저의 사랑스런 아내는 담당의사와 검사요원이 전문적인 용어를 쓰며 나누는 대화를 스파이 같은 특유의 표정으로 염탐을 했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감은 정상으로 회복중인 것 같다고 합니다. 우리 먹보 만세! 리덕션, 어쩌고 하는 말이 있었다고 하니, 그게 그거 아닐까요^^ 헤헤... 여러 감정이 왔다리갔다리 합니다. 저는 그저 여러분께 고맙다는 말씀밖에 드리지 못하겠군요. 감사합니다. 얼른 병원에 가봐야겠네요. 히히.
* 블루스카이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12-05 11:31)